입술물집이 생겨버렸다. 좀 어려운 말로 이것을 구순포진이라고 한다. 구순포진은 입술에 작은 물집이 방물방울 생기는 병을 말한다. 몸에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곤할 때 생기기 쉽다. 특히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걸리기 쉽다.
구순포진은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한다. 바로 내 경우가 그렇다. 유전적으로 구순포진에 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원래부터 우리 집안의 유전자가 구순포진에 약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한 조상님 탓에 우리 집안의 유전자는 구순포진에 약해지고 말았다. 나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그때의 이야기를 대충들어 알고 있다. 그일은 몇 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날도 우리 조상님은 저녁을 먹고 동네 어귀에 있는 물레방앗간으로 행차하셨다고 합니다. 옆동네에 사는 아름다운 그의 여친을 기다리기 위해서였죠. 이윽고 인기척 소리가 들리더니 조상님의 여친이 물레방앗간 안으로 들어왔죠. 조상님은 그녀가 물레방앗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헌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조상님의 여친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도 안 마주치고 자꾸만 조상님의 얼굴을 피하는 것이었어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조상님은 물었죠.
"아니, 낭자 오늘은 왜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거요? 내 얼굴이 보기 싫소?"
"어머,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 밤낮으로 보고 싶은 그 얼굴이 보기 싫다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인 걸요."
하지만 조상님의 여친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대꾸할 뿐이었죠. 조상님은 다시 물었어요.
"그렇다면 대체 왜 자꾸 고개를 숙이고 나를 피하는 것이요?"
"실은..."
"실은...무어란 말입니까? 사랑하는 낭자, 어서 말해 보세요."
"실은 입술물집이 나버렸지 뭡니까. 의원이 그러는데 다른 이에게 옮길지도 모른데요. 그러니 오늘은 키스하면 아니되옵니다. 가까이 다가와도 아니되옵니다."
"허허허,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러시오. 어서 이리 오시오."
조상님은 예의 호탕한 그 웃음을 지으며 여친을 힘껏 끌어안았죠.
"어머, 이러시면 아니되어요! 병이 옮을지도...웁..."
여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상님은 찐하게 키스를 해버린 거예요.
그날 이후 우리 조상님과 그의 여친은 사이 좋게 입술물집을 나눠갖게 된 거래요. 그것도 서로 반대편에요. 우리 조상님은 오른쪽에 조상님의 여친은 왼쪽에 훈장같은 입술물집을 한동안 함께 달고 있었던 거죠.
그 후로요? 맞아요. 그후로 우리 집안은 입술물집, 즉 구순포진에 약한 유전자를 갖게 된 거죠.
으하하.ㅋㅋㅋㅋ
답글삭제저도 입술안쪽에 물집이 참 잘 생기는 편이네요 그러고 보니;
@띠용 - 2008/11/02 23:47
답글삭제아, 입안이 허는 거요? 저도 자주 걸려요. 혓바늘이 돋는 것도 그렇구요.^^;
표현이 정말 재밌어요ㅋㅋ
답글삭제후대를 생각해서 구순포진에 강한 여친을 만나 유전자를 섞어야 겠네요.
또 하나의 전설이 되실지도..
@주이 - 2008/11/03 00:31
답글삭제ㅋㅋ
헐이것이실화입니까
답글삭제@여담 - 2008/11/04 12:07
답글삭제그건 상상에 맡기겠슴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