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기억하겠지만 어젯밤에는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렸었다. 나는 우산을 챙겨들고 잠시 산책을 나서는 중이었다.
내가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려 할 때 내 앞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쫄랑쫄랑 걸어오는게 보였다. 강아지는 갑자기 전봇대 앞에서 멈추더니 한쪽 다리를 들고 거기에 영역표시를 했다. 어려서부터 웃어른을 공경하고 공중도덕을 철두철미하게 지키지는 않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강아지에게 한 소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얌마, 어디 신성한 길에서 노상방뇨를 하냐! 그것도 형님 앞에서."
나는 강아지가 나의 굵고 힘있는 목소리의 포스에 눌려 꼬리를 내리고 그대로 줄행랑 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짜식, 무섭긴 했을 거다' 그때 내가 해줄 멘트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실제로 강아지는 내가 조금씩 다가오자 몸을 꽤 숙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왈왈 왈왈왈!"
강아지는 나를 향해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짖는 톤 속에는 분명 어떤 감정이 녹아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욕이었다. 나는 은근히 기분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대인배인 나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우산을 몇 번 허공에 휙휙 내저었다. 대충 겁을 줘서 내석을 보내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강아지는 더욱 더 공격적으로 짖어대기 시작했다. 이젠 내 다리를 물어뜯을 기세였다. 그땐 정말 화가 났었다. 가서 멱살이라도 부여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강아지에게 돌멩이를 집어던지는 시늉을 했다. 보통의 개라면 겁을 먹고 달아났겠지만 이놈은 좀처럼 도망갈 줄을 몰랐다.
그상태로 한 5분은 흐른 것 같다. 강아지는 맹렬히 짖어내고 나는 "안 도망가? 이걸 확!" 이러면서 말이다.
결과는 나의 처참한 패배였다. 뒤에서 사람이 걸어오는 바람에 나는 강아지를 피해 옆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강아지는 내가 자기에게 겁을 먹고 도망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열이 올랐다. 가서 패줄까 생각도 했지만 걍 참기로 했다.
세상에, 강아지랑 싸워서 지다니!
괜히 물리기라도하면 주인이랑 합의도 봐야하고 피곤하니 잘된거죠 뭐 ㅎㅎ
답글삭제떠도는 말에 잘 짖는개는 겁이 많다는데, 저희집 개는 짖지도 않는것이 겁도 많네요. 예외는 있나봐요. 아마 그 개는 잘 짖으면서 엄청 용감한 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ㅋ
@주이 - 2008/11/17 02:18
답글삭제용감한 건 모르겠는데 아무튼 엄청 까부는 개였죠. ㅋ
그런 개와는 상종을 하지 마세욧!ㅎㅎ
답글삭제@띠용 - 2008/11/17 20:16
답글삭제앞으론 그러려구요. ㅎ
ㅋㅋㅋㅋ 저는 개 성대모사를 기가막히게 잘합니다 -_-;; 언젠가 기회가 되면 녹음해서 올려보도록할게요 ㅋㅋ
답글삭제@여담 - 2008/11/19 09:04
답글삭제오, 기대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