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이웃집의 나무

 며칠 전 나는 창밖에서 사람들이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들이 탄광에서 부지런히 석탄을 캐고 있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물론 잠결에 들은 것이라 내가 연상한 것이 정확한 건 아니다. 더구나 창밖에 석탄굴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아무튼 창밖에선 몇몇의 인부들이 어떤 작업을 벌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옆집의 지붕을 수리한다거나, 건물 외벽에 페인트 칠을 한다거나... 아마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이 완전히 달아난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창문을 살짝만 열어 밖을 내다 보았다. 작은 창틈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주 잠깐 동안의 눈부심이 사라지자 나는 창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단박에 알아낼 수 있었다.

 

 내 방 창문을 열면 가장 먼저 옆집의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뭇잎에 빗방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장 먼저 들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제일 먼저 들린다. 한 여름에는 나무에 사는 매미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방해 받았던 적도 많았다. 겨울에 눈이 오면 나뭇가지 마다 눈이 쌓이곤 했다. 아주 많은 가지와 아주 많은 이파리를 가진 나무였기 때문이다.

 

 

 나무는 바로 전날까지 내가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변해 있었다. 섬세하게 뻗어 있던 잔가지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거기에 붙어 늦은 가을의 느낌을 물씬 풍기던 수많은 나뭇잎들은 이미 어딘가로 유배돼 버린 뒤였다. 휑뎅그레하게 몸통만 남은 나무는 내게 조금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마 너무 갑작스런 변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창을 열면 나무는 며칠 전 변해버린 그모습 그대로 서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나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가지가 생기고 잎이 날 것이다. 내년 혹은 내후년 여름쯤이면 나무에 다시 파란 이파리들이 자라나기 시작하지 않을까. 물론 그땐 나는 이미 이사가고 없겠지만.

 

 

 

<이젠 과거가 된 나무의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