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2.3 센티미터의 눈

 2.3센티미터. 오늘 서울에 쌓인 눈의 높이였습니다.

 사실 오늘 하늘에서는 기상청의 예보대로 1센티미터의 눈을 뿌릴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견습 천사들 때문에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버리게 된 것입니다.

 

 20마리의 견습 천사들이 눈을 만들기 시작한 건 오늘 오후부터였습니다. 모두 새 천사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눈보다도 더욱 하얀 모습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마침 견습 3주차 첫째날로 모두 눈 만드는 작업에 투입된 것입니다.

 오늘의 미션은 땅에 1센티미터의 눈을 뿌리는 것. 천사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인기있는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견습 천사들은 아침부터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견습 천사들 앞으로 구름으로 만든 얼음과 분쇄기가 도착했습니다. 견습 천사들은 빨간 모자를 쓴 조교 천사로부터 분쇄기 조작법부터 얼음을 고르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눈 만드는 작업이 처음인 견습 천사들은 서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분쇄기 스위치를 너무 높게 맞춰놔 눈의 결정이 너무 작았습니다. 원래 하늘에서는 오늘 함박눈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천사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조절이었습니다. 견습 천사들은 구름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얼음을 뽑아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얼음을 뽑아낸 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하늘에서는 2.3센티미터의 눈을 뿌려야만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견습 천사들은 나름대로 멋진 눈을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들을 나무라서는 안 됩니다.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야구, 미안해



* 오유에서 본 글인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네요.  아마'야구, 미안해'라는 말 속에 수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어서 그런 거겠죠.

2009년 12월 12일 토요일

장미가 없는 꽃집

 

 어느 비가 내리는 날 아침.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에이지(카토리 신고)는 우연히 자신의 가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미오(다케우치 유코)를 발견한다. 에이지는 미오에게 우산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미오는 에이지를 경계하며 거절한다. 하지만 마음이 착한 에이지는 비를 맞는 미오가 염려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코트라도 잠시 말리고 가라고 권유한다. 사실 이때 둘 사이엔 작은 오해가 있었다. 에이지는 미오가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고, 미오는 에이지가 안으로 들어오라는 곳이 집이 아닌 가게 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에이지가 그냥 안이라고만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자 혼자 낯선 남자의 집안에 들어간다는 건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게 안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그것도 꽃집이라면.)

 

 에이지는 미오가 흰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녀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초점 없는 눈으로 자신의 가게 안을 응시하던 미오의 아름다운 얼굴. 에이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서 슬픔을 발견하고 연민을 느낀다. 게다가 그녀는 마침 에이지가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온 것.

 

 여기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이 드라마는 일반적인 멜로 드라마의 출발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반전이 숨어 있다. 미오가 에이지의 가게 앞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오는 의도적으로 에이지를 파괴시킬 계획을 갖고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미오의 등장으로 인해 에이지가 가꿔온 평화롭던 생활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자신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딸이 있다. 딸은 아직 완벽한 어른이라 할 수 없는 스무 살. 그 스무 살의 딸이 또래의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그의 아이를 가졌다. 그런데 그 남자는 딸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딸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딸은 몸이 약해 출산을 하면 자신의 생명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보 같이 아이를  지우지 않고 끝까지 그 남자를 기다린다. 그러다 결국 딸은 아이를 낳다가 병원에서 죽는다.

 상황이 이렇다면 누구라도 딸을 임신시킨 남자를 증오할 것이다. 에이지는 바로 이런 이유로 증오를 받는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자의 이름은 루리다. 에이지는 종합병원 원장인 루리의 아버지로부터 딸을 임신시키고 버렸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사실 에이지는 루리의 죽음을 가장 옆에서 지켜보았고 슬퍼했다. 그리고 루리가 남기고 간 아이를 홀로 키워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즈쿠.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랐다. 그동안 에이지는 착실히 돈을 모아 원하던 꽃집을 샀고 겨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바로 이 시점에 루리 아버지의 잔혹한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루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병원 간호사인 미오를 시켜 에이지를 유혹하도록 했다. 그 대가는 미오 아버지의 뇌종양 수술을 그 분야 최고 권위자인 자신이 집도 하는 것. 일종의 거래인 셈이다. 증오의 목표는 에이지의 전재산과 딸 시즈쿠를 빼앗아 그를 파멸시키는 것이다.

 

 미오는 갈등한다. 원장에게 들은 바로 에이지는 파렴치한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파렴치한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선량하다. 더구나 유혹을 연기하다 점점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드라마는 중반까지 에이지와 미오의 관계 발전, 에이지의 선량함에 동정심을 갖게 만드는 사건들, 미오의 갈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이 드러나면 에이지라는 인물이 더욱 더 매력적으로 부각된다.

 

 

 

 가장 좋은 반전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실을 뒤집는 것이다. 즉,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사실이 아니거나 그와 반대로 판명날 때다. 이 드라마의 최대 장점은 백점 만점에 백점짜리 반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내용은 극의 흥미에 거의 방해를 주지 않을 뿐더러 스포일러 축에도 끼지 못한다. 부디 반전의 묘미를 느껴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가슴 따뜻한 감정도.

 

 

 

 

*장미가 없는 꽃집》(薔薇のない花屋)은 2008년 1월 14일부터 3월 24일까지 일본 후지TV 계열에서 매주 월요일 21시(JST)에 방영했던 텔레비전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