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8일 일요일

나의 커피 이야기

 펄펄 끓는 물주전자의 물을 머그컵에 따를 때 주전자에서는 기차소리가 들린다. 오랜 운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차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면서 쉬익- 하는 흰 김을 내품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다. 나는 그 물주전자의 물로 헤이즐럿 커피를 타마신다. 내가 마시는 커피에서 옛날 디젤 기관차의 맛이 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차소리의 여운은 남는다. 그러니까 나는 커피를 마실 때 기차소리까지 마시는 것이다. 


 사실 내가 쓰는 물주전자는 한 사람 분의 커핏물을 끓이기에는 너무 크다. 또 모양이나 색감이 예쁜 것도 아니고 군데군데 많이 낡아있다. 하지만 난 당분간 주전자를 새로 살 계획이 없다. 지금의 기차 화통 소리를 내는 주전자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25일 목요일

영혼은 바쁘다

 길을 걷는다. 저기요. 낯선 음성이 나를 부른다. 누굴까. 궁금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하지 않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도를 아십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지 궁금하긴 하다.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 시선이 멈춘 곳에선 낯선 얼굴이 낯선 눈빛을 하고 서있다. 그녀는 어정쩡한 웃음을 흘리며 서있다. 그리고 말한다. 영혼이 참 맑아 보이시네요. 나더러 영혼이 맑단다. 내 영혼이 무슨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도 아닌데 맑단다. 그녀는 단 한마디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오, 사람 볼 줄 아시네요. 뒤지지 않고 나도 맞받아친다. 그녀는 내가 그 말에 흥미를 보이는 줄 알고 조금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바로 역습에 들어간다. 영혼이 맑은 걸 볼 줄 아시는 분이 제가 지금 엄청 바쁜 건 모르시는 모양이네요. 아마 뜨끔했을 것이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굳어진 듯하다. 그럼, 이만. 나는 가던 길을 마저 걷는다. 미안하다. 내 영혼은 맑지만 바쁘다.    


2008년 9월 23일 화요일

그 일

1.

  어렸을 때는 개구쟁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이 사실이 믿기 힘든 모양이다. 나처럼 젠틀하고(?) 지적인(??) 사람과 개구쟁이는 잘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내게 묻는다.


  "아니, 그럼 어쩌다 성격이 그렇게 변한 거예요?"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한 소녀를 알게 되면서 부터였죠..."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자꾸 그 말을 하다보니 '정말 한 소녀를 안 후부터 내 성격이 변해버린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사람들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다만 얼렁뚱땅 대충 넘어가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사실 나는 내 성격이 변한 이유를 알고 있다. 바로 그 일이 있은 후였기 때문이다. 그 일은 여름방학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어느 저녁에 불현듯 일어났다. 나는 그때 그 일이 내 인생을 완전 바꿔놓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을 꼭 닫고 있었다. 그 일에 대해 누군가 금지령을 내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 이 순간 그 일에 대해 최초로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언제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를 운명을 안고 태어난 셈이다.




2.

 그 일이 있던 날 저녁 나는 싸구려 망원경으로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서녘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집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서울과 제주도를 왕복하는 비행기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때도 난 망원경으로 비행기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막 내 망원경 속으로 들어온 비행기 한 대가 공중에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나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눈을 비빈 후 다시 맨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 눈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면 비행기는 분명 공중에 떠있었다.


 헬리콥터인가? 내가 아무리 어린 학생이었어도 비행기가 공중에 멈춰 서있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헬리콥터라면 프로펠러가 있어야 할텐데 내 눈에는 프로펠러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정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빛은 직선으로 내려와 땅에 꽂히지 않고 스타워즈에 나오는 레이저 검처럼 어느 부분에서 뚝 끊겨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후레쉬를 하늘에 비추면 그 빛은 일직선으로 우주까지 날아간다고 들었다. 빛은 절대 중간을 자를 수 없다. 나는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허벅지를 세게 꼬집어 봤다. 젠장, 아팠다. 분명 꿈은 아니다.




3.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아마 평생 그 기억, 그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약간 더 용감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담담했다.

 사실 난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때가 되면 외계에서 나를 데리러 올 거라는 걸 은근히 믿고 있었다.




4.

 빛은 어느새 내 머리 위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빛은 순식간에 나를 감싼 것이다. 눈부셨다. 그 빛은 너무 눈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음과 동시에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 묘했다. 나는 두려움에 발버둥치지도 않았고 무서워 소리내어 울지도 않았다. 그저 빛에게 내 몸을 맡겼다. 편안했다. 이제야 내 존재가 찬연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5.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사방이 온통 하얀 방안에 누워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밝은 빛이 쏟아져 한동안 눈을 뜰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 비행체 안인 모양이었다. 실내의 풍경은 굉장히 낯설었다. 나를 비행선에 태운 이들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일 것이다. 우리와는 문화와 가치관이 전혀 다른. 나는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어쩌면 눈이 세 개 이상 달렸을지도 모를 그들.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그렇게 묻는 목소리가 들렸을 때 내 입에서는 아! 하는 짧은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어떻게 우리의 언어를 알고 바로 통역해서 말을 할까. 내가 또 한국어를 쓴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그들은 분명 엄청나게 발달된 문명을 갖고 있는 외계인일 것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내 시야에는 온통 하얀 옷을 입은 한 여자가 서있는게 보였다. 우리로 치면 분명 일반적인 미인의 외모였다. 하지만 난 직감적으로 그녀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몸에선 빛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어느별에서 오신 분이세요?"


 나는 그 외계인에게 물었다. 외계인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언젠가 꿈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미소였다.

 "제가 왜 누워있는 거죠?"

 나는 다시 한 번 외계인에게 물었다. 그제서야 외계인은 입을 열었는데, 그때 외계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기절하셨어요. 번개치는 걸 보고 기절하신 거예요. 잠시 정신을 잃은 거니까 주사 한 방 맞으면 금방 나으실 거예요."




6.

 주사는 깔끔하게 딱 한방이었다. 주사를 다 맞은 후 내 눈엔 눈물이 핑 돌았는데, 주사가 아파서였는지 아니면 허탈해서였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2008년 9월 20일 토요일

목표



 오늘 읽었던 기사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다. 목표의 중요성. 단순하면서도 쉽게 잊어버리는 진리인 것 같다. 목표가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목표가 있으면 적어도 그 비슷한 것은 이룰 수 있다.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2008년 9월 19일 금요일

여름의 흐름

<여름의 흐름>이라는 일본 단편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평범한 교도관의 일상을 다룬 소설인데, 어느 날 주인공이 흉악범을 사형집행하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 흉악범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엄마"였다. 사형집행이 있은 후 얼마 뒤에 주인공의 아내는 예쁜 아기를 낳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죽음과 시간의 흐름을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녹여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죽음은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게 될 자연현상일 뿐인 것일까. 어쩌면 작가는 그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출근 길에 신호등을 건너다가 갑자기 이 소설이 생각났다. 아직 가을이란 느낌은 없다. 여전히 여름이 흐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여름도 곧 모두 어딘가로 흘러가버리겠지만. 시간은 눈에 보일 만큼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다만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2008년 9월 15일 월요일

보름달

 

 보름달입니다.  순수 100% 국내산이지요. 아직 소원 못 비신 분 어서 빌어보세요. :)

 

사라진 '내그림' 폴더 속의 파일들

 - '내그림' 폴더에 있는 사진 다 날라간 거?


 늦잠에서 겨우 깨어나 멍하니 앉아있는데 동생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어제 집에 있던 컴퓨터가 문제 있어 윈도우를 다시 깔고 드라이버도 다 새로 깔았다. 당연히 '내그림' 폴더에 있는 파일들도 용가리 통뼈가 아닌 이상 남아있을 리 없었다.


 - 응. 전부.


 답문을 보냈더니 부리나케 또 답신이 왔다.


 - 미치겟네. 어린이집 앨범 꾸밀 사진 거기 다 있는데..-_-;

 

 불행하게도 컴퓨터에 중요한 사진이 들어있었나 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파일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고 짧았던 추석연휴는 끝이 난 것을. 이틀 동안 마신 술의 여파로 몸이 피곤하다. 



2008년 9월 14일 일요일

친구와 친구의 애인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내려왔다. 작은 술집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고 곧 결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으면서도 겉으로는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증거를 대라고 했다. 친구는 사실 확인을 위해 여자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내게 맡겼다. 인증하라는 얘기다.

 

 "안녕하세요. 저는 xxx씨 친구예요."

 

 얼떨결에 전화통을 붙잡은 나는 그렇게 인사를 했다.

 

 "친구가 그러는데 그쪽과 곧 결혼을 할 거라는데...사실인가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잘 모르겠는데요. 친구의 여자친구는 수줍은 듯한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말하는 뉘앙스로 봐서 결혼하긴 할 모양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야, 잘 모르겠다는데? 너 혼자 김칫국 마시고 있는 거 같아"라고 놀려주었다. 그리고 통화를 계속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제 친구는 그쪽을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고 있다는데 그쪽은 어떤가요? 제 친구를 사랑하시나요?"

 

 "음...글쎄요." (역시 웃음)

 

 통화는 그렇게 끝이났다. 친구의 여자친구는 수줍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명 긍정의 대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결혼 전까지 오늘의 통화내용을 두고두고 놀려먹을 작정이다. 아무튼 내가 생각하기로 내 친구와 그녀는 천생연분인 듯싶다. 무뚝뚝하고 두리뭉실한게 둘이 성격이 꼭 맞는 것 같다.

 

2008년 9월 11일 목요일

우주발사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있다. 나는 우주복을 입고 발사대에 앉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틈을 이용해 각국의 기자들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 기자는 프랑스어로, 독일기자는 독일어로, 일본기자는 일본어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각각의 언어로 대답해 준다. 나와 기자들의 대화내용은 전세계로 생중계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자가 내게 묻는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하지만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웃음을 지어보일 뿐. 그건 바로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기분은 어떤 건가? 잠시 후면 나 홀로 거대한 우주로 튕겨져 나갈 텐데. 약간의 흥분과 또 그만큼의 두려움과 기대와 아쉬움과 떨림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1분 사인이 들어왔다. 발사대 주위를 빙 둘러쌌던 인파는 일제히 숨을 죽였다. 커다란 전광판으로 59, 58, 57, 56... 매 초마다 숫자가 바뀌어갔다. 하지만 내 기분은 오히려 담담해졌다. 10, 9, 8, 7, 6, 5, 4, 3, 2, 1 발사!


  내 몸이 총알처럼 튀어올랐다. 발사되는 순간 와!하는 사람들의 탄성이 들렸지만 그 소리는 금세 사라졌다. 나는 너무 빠른 속도로 하늘로 튀어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곧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간다. 우주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잘들 있으세요. 나는 우주로 갑니다. 


2008년 9월 10일 수요일

블로그를 패쇄하는 이유

 꽤 오랫동안 잘 가꾸어오던 블로그가 어느 날 갑자기 웹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열심히 구독하던 블로그가 사라졌을 때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블로그를 폐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블로그라는 것을 오래 유지하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것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블로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나타나게 된다. 

 대부분은 그럴 때 블로그 폐쇄 버튼을 누르는 것에 대한 욕구가 목까지 차오르는 걸 느낄 것이다.

 

 용기가 없어 폐쇄 버튼을 못 누르던 사람도 어느 순간 어떤 감정에 휩싸여 버린다면 간단하게 폐쇄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9월 7일 일요일

비웃음의 거리

 비웃음의 거리를 걷는다. 모두가 나를 보고 날카로운 비웃음을 던지며 지나간다. 그들이 던진 비웃음은 예리한 면도날을 닮았다. 비웃음은 사정없이 날아와 나의 가슴에 콱 박힌다. 내 옛날 애인은 새로운 애인의 품에 안긴 채 나를 보며 비웃고 있다. 이윽고 그녀는 현재의 남자친구에게 귓속말로 어떤 메세지를 전한다.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들은 나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비웃음을 던진 것이다. 나는 조금 흔들린다. 그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헤어지길 잘 했지. 머저리. 하하. 나는 나에게로 쏟아지는 비난을 등 뒤로 하고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당연히 발걸음은 힘겹고 무겁다. 여긴 어쩔 수 없는 비웃음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퉤. 누군가 씹다버린 껌을 뱉었다. 껌은 내 구두 위로 떨어졌다. 더러운 타액이 묻은 껌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껌을 던진 쪽을 바라보니 예전에 나를 존경한다고 말하던 내 후배가 서있었다. 꼴 좋다. 뭘 봐. 후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를 면박주었다. 그는 아주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비웃음의 거리를 걷는다.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모두가 나를 향해 비웃음을 던진다. 어쩌면 나는 비웃음의 거리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하지만 난 절대 죽지 않는다. 꼿꼿이 서서 내 두 발로 똑바로 걸어 이 비웃음의 거리를 빠져나갈 것이다.

 

 

컴퓨터

 1.

 

 컴퓨터는 원래 생산의 도구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과학자들이 어려운 문제를 연산하는데에 컴퓨터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대부분 소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주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웹서핑을 하는데 사용한다.

 

2.

 

 나는 요즘 되도록이면 쓸데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아무짓도 안했는데 한 두 시간 그냥 지나가는 건 기본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네이버만 띄워놓고 있어도 아무 생각없이 기사를 클릭하게 되고 거기에 딸린 댓글까지 읽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면 컴퓨터는 시간도둑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루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취미생활로 또 컴퓨터를 한다. 그러니 거의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되는 것이다.

 

3.

 

 문제는 컴퓨터를 너무 소비적인 도구로 활용한다는데 있다. 컴퓨터로 오직 게임, 영화, 음악, 쇼핑만 한다면 그건 너무 공허한 일일 것이다.

 적어도 생산적인 측면과 소비적인 측면의 활용 비율을 50:50으로 맞춰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컴퓨터를 생산의 도구로써의 활용을 늘릴 계획이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거나 동영상을 만든다거나... 어쨌든 소비적인 도구보다는 좀 더 생산적인 도구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어떤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9월 5일 금요일

2008년 9월 3일 수요일

계단에서

 

비상계단은 왠지 비인간적인 느낌이 난다.

잃어버린 공

 이름 : 공

 색깔 : 빨강

 잃어버린 날짜 : 그저께

 잃어버린 장소 : 사직공원

 

 공을 잃어버렸다. 언젠가 할인점에서 산 맨유 로고가 박힌 공이다. 그저께 공원에서 갖고 놀다가 그만 세게 뻥 차버리는 바람에 덤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공원에 컨테이너 박스가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공을 차며 볼 트래핑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공의 밑둥을 힘껏 걷어차는 바람에 공이 높이 떠 컨테이너 벽을 넘어가고 말았다.(프리킥 상황이었다면 골키퍼가 손을 댈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골인데.) 그게 마지막이다. 그 후론 공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어제는 비가 와서 찾으러 갈 수 없었고 오늘 가서 다시 찾아봤는데 없었다. 비싼 공은 아니지만 항상 방구석에 있던 녀석이 없으니까 왠지 허전하다.

 

 

2008년 9월 1일 월요일

rain

 비가 내리고 있다. 빗소리는 세상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인 것 같다. 마치 나만 들으라고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전 빗소리를 들으며 스낵면을 끓여먹었다. 반찬은 어제 산 단무지 한 접시. 국물은 짜지 않게 스프는 반만 넣었다. 뜨거운 면발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물론 귀로는 빗물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감상했다. 내겐 반찬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