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순대국

 다섯에서 여섯 개의 돼지 피부가 붙은 살점만 걷어낸다면 순대국은 그런대로 먹을만한 음식이다. 잘만 먹으면 굉장한 보양식, 영양식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순대국에서 최소 다섯에서 여섯 개 정도의 살점을 빈그릇에 걷어내는 이유는 살점에 붙은 돼지털을 끔직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의심이 가는 살점을 젓가락으로 들어 그것을 형광등 불빛에 비춰 신중히 바라본다. 미세한 털의 윤곽이 내 망막에 비치는 순간 그것은 가차없이 빈그릇으로 옮겨진다. 

 털없는 돼지를 발명한다거나 돼지에게 박피수술을 한다면 순대국 먹기가 좀 더 수월해지겠지만 현재로썬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어쨌든 내게 순대국은 약간의 수고로움과 약간의 뜨거움을 감내하며 먹는 음식이다.  


 순대국을 처음 먹어본 것은 군대에서 첫휴가를 나왔을 때다. 그때 부대에 나름대로의 전통-아마 다른 부대도 마찬가지일 듯-이 있었는데 휴가 출발하는 날 휴가자 중 가장 고참이 후임들에게 밥과 술을 사는 것이 그것이었다. 메뉴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휴가 출발하는 날은 순대국에 소주 또 휴가 복귀하는 날은 삼겹살에 소주였다. 



댓글 5개:

  1. 순대국에 들은 돼지고기는 그런대로 털이 별로 없어서 눈 질끈 감고 먹는 편인데, 예전에 제주도 놀러가서 똥돼지 먹으러 갔다가 털이 숭숭 박혀있는 돼지고기를 만났는데 잘라내지 않고선 도저히 못먹겠더라고요 ㅎㅎ 저렴한 음식점이라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아무튼 털은 먹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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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이 - 2008/11/12 12:55
    헐, 순대국의 돼지는 그나마 양반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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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돼지국밥엔 그런 고기가 적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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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띠용 - 2008/11/12 19:23
    아, 돼지국밥이 있었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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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띠용 - 2008/11/12 19:23
    그런데 만약 돼지들이 이 포스트와 댓글을 읽어본다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는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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