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5일 수요일

음성사서함

1.

 

너와 헤어진 지 벌써 8시간이 되어 가.

어제 너와 그 남자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고, 오늘 널 울리고는 많은 것을 느꼈어. 너에 대한 이런 내 감정을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 거라 생각해.(나만의 착각일 진 모르겠지만)

어제 다른 남자와 있는 너를 본 후 3시간 동안은 내 감정을 도저히 추스릴 수가 없었어. 밤잠까지 설친 것은 물론이야.

너의 공휴일 저녁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 그 사람은 네게 어떤 의미일까?

또 그 사람에게 너는 어떤 의미일까? 이런 질문들은 새벽이 되어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

 

내가 너에 대한 감정을 더욱 키워가기 전에 내가 너에게있어 어떤 존재인지 귀뜸해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

그러나 넌 또 침묵하겠지.

그래서 난 사랑함으로 바보가 되고 넌 침묵함으로 바보가 되겠지.

우리 둘 다 그렇게 말이야.

 

너는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것을 아니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았어.

내가 차가운 이성으로 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가능할 때 내 곁에서 빗겨 서있는 것,

그것이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

그래서 나에 대한 너의 감정을 너도 명백히 할 수 있게 말이야.

그래, 이제 내가 너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을 그만둘까 해.(자신은 없지만)

하지만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연락해 주길 바래.

그럼 그곳으로 갈 게.

또 네가 원하는 걸 있는 사실대로 말해줘. 그럼 그렇게 할게. 정말이야.

 

그런데, 지금 나 말이야 한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

그 사람의 체온과 목소리가 너무나 그리워.

하지만 난 지금 그럴 수 없어. 내가 네게 귀한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만큼 네게 귀찮은 존재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거든.

오늘밤 너는 신을 닮은 것 같아.

나한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잖아.

너무 차갑다. 이 침묵은...

 

-  11년전 한 여인의 삐삐 음성사서함에 어떤 남자가 남긴 사연

 

 

 

2.

 

 

- 역시 십 여년 전 한 남자의 전화기에 어느 여성이 남긴 음성 메세지

 

 

 

 

* 소통이 없는, 소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메세지를 남기는 음성사서함은 무척 쓸쓸한 것 같다. 우주적인 공허함이랄까. 거대한 우주의 구석에 외롭게 박혀 있는 작고 차가운 별 하나가 느낄 법한 뭐, 그런 거.^^;

 

댓글 8개:

  1. 새벽에 듣고 있으니 쓸쓸한 여자 목소리가 무섭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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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 삐삐... 정말 오랜만이네요..

    음성사서함 듣고 싶어서 공중전화로 여러번 들었던 사건이 생각나네요... 맨날 공중전화 줄서서....ㅎㅎ

    음성이 좋은점도 있고 안좋점도 있는데...

    좀 쓸쓸하게 느껴지죠? 대화 하는게 아니라 혼자 일방적인 메시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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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이 - 2009/02/25 01:51
    ㅋ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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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돌코리아 - 2009/02/25 14:46
    마지막에 뚜뚜 하는 신호음이 더 쓸쓸한 느낌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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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와 삐삐는 정말 오랫만이예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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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남자는 길고 여자는 짧다는 한가지 진리를 생각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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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띠용 - 2009/02/25 20:27
    삐삐는 너무 순식간에 유행했다가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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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기쁨 - 2009/02/25 20:54
    그런 진리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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