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1일 일요일

금요일 특별활동 시간

 금요일 특별활동 시간 그것도 첫 째날이었다. 이제 출석은 다 불렀고 "자자, 오늘 이 시간에는..." 하는 담당 셈의 수업시작 사인만을 남겨놓고 있을 때였다.

 바로 그때 교실 뒷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여학생 하나가 슬그머니 교실 안쪽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교실 맨 뒷자석에 앉은 나는 그 장면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한 두 번은 등교길에서 마주친 것 같기도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두발검사에 걸려서 학생과 앞 복도에서 마주친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낯익은 얼굴이었다.

 

"야, 너 첫날부터 지각이야."

 

 불행하게도 그 여학생은 담당 셈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담당 셈과 그 학생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담당 셈의 목소리는 전혀 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장난기가 섞여있었다.

 교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 여학생에게로 향했다. 안 그래도 붉그스름하던 그애의 볼은 볼터치를 한 것처럼 더욱 붉어졌다.

 

"너, 벌칙으로 노래 불러야 해."

 

 담당 셈은 그렇게 겁을 줬지만 난 속으로 '설마 노래 하란다고 하겠냐'고 생각했다. 얼굴을 보니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를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 그 여학생은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스스럼없는 발걸음으로 교단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 부르면 되죠?"

 

 여학생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담당 셈에게 질문을 던지는 용기도 발휘했다.

 '어라, 항상 레파토리를 준비하고 다니나? 그럼, 어디 노래나 한 번 들어줘 볼까.' 나는 그런 마음 가짐으로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그 여학생의 노래를 기다렸다.

 

  에헴. 목을 한 번 가다듬고 여학생은 노래를 시작했다.

  Love of my life, you've hurt me You've broken my heart ~♪

 

 퀸의 <Love of my life>라는 노래였다. 나는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그 노래가 감미로운 곡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나 감미로운 곡인 줄은 미쳐 알지 못했다.

 그애가 고음부분을 부를 때는 머리속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 같았다. 창으로는 저녁햇살이 창문을 통해 교실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2008년 8월 26일 화요일

'월E'를 만나다

 

 

영화 '월E'의 주인공 월E가 벌써 장난감으로 나왔네. 이 녀석 제법 잘 노는 군.^^

 

 

 이틀 연속으로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하긴 했지만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은 채로 반수면 상태 속에서 밤을 보냈다. 이틀 연속으로 말이다. 휴일이라면 잠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 날 출근을 하려면 꾸역꾸역 잠을 자두어야만 했다. 그렇게 누워있자니 별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더욱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줄곧 침대 위에서 몸을 뒤쳑여야만 했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불면증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 불면증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옛날에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전쟁터에서 총알이 전두엽을 스치는 상처를 입은 후부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에 그는 그것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그러다간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은 후 생각을 달리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그는 잠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렸다. 억지로 침대 위에 눕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그로 인해 그는 후에 큰 성공을 이루게 된다. 성공을 이룬 후에도 그는 여전히 잠을 잘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무척 건강했다.

 

 어쨌든 성공은 못 하더라도 오늘 밤엔 꼭 깊은 잠을 자리라.

2008년 8월 24일 일요일

한국야구가 가르쳐준 교훈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그러면 기적이라도 일어난다.



좋은 글



 좋은 글은 미니 스커트를 닮았다. 주제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은 길어야 겠지만 글은 짧고 명료할수록 좋다.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베이징 하늘에 그린 아치


 

 처음 방망이에 공이 맞았던 몇 초 동안은 그 누구도 명확히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단지 그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딱! 하고 방망이에 맞은 공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는 것 뿐이었다. 갑자기 공이 하늘로 튀어오른 탓인지 카메라는 잠시 공의 위치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곧 카메라는 공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었다. 카메라가 공의 위치를 겨우 따라잡았을 때 카메라 앵글에는 이미 외야 관중석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공이 담장을 넘어갈 것이라는 확신은 하지 못했다. 일본팀의 외야수는 공이 자신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오길 잔득 벼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외야수는 공을 잡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공은 마침내 자신의 오랜 비행을 마친 끝에 일본 관중석 한 가운데로 뚝 떨어졌다. "난, 홈런이야." 공은 그제서야 얄굳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아름다운 아치였다. 그 공의 궤적은 베이징 하늘에 그려진 가장 아름다운 아치였다. 그 아름다운 아치를 그린 화가의 이름은 이. 승. 엽. 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TV로, 모바일로, 인터넷으로 공의 발사에서부터 착지까지의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 공은 수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은 로케트였던 것이다. 우리들의 로케트는 한숨과 눈물과 시련을 던져버리고 베이징 하늘을 가로질러 우리들 가슴 속으로 단숨에 날아와 박혔던 것이다.


 아직도 베이징에서 날아온 그 뜨거운 공 때문에 나의 가슴은 벅차다.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레몬애가(哀歌)

애타도록 당신은 레몬을 찾고 있었다.

죽음의 슬프고도 화려한 병상에서

내가 쥐여준 레몬 한 알을

당신의 하이얀 이가 생큼히 깨물었다.

토파즈 빛으로 튀는 향기.

하늘의 것인 듯 몇 방울의 레몬 즙이

당신의 정신을 잠시 맑게 되돌려 놓았다.

푸르고 맑은 눈빛으로 가냘피 웃는 당신.

내 손에 꼬옥 쥔 당신의 싱그러움이여.

당신의 목 깊숙이에서 바람 소리 일지만

생과 사의 어려운 골목에서

그대는 옛날의 그대가 되어

생애의 사랑을 이 순간에 다 쏟는 것인가.

그리고 잠시

그 옛날 산마루에 올라 쉬던 심호흡 하나 쉬고

당신의 모습은 그대로 멈췄다.

벚꽃 그늘이 있는 사진 앞에

토파즈 빛 향기의 레몬은 오늘도 두자.

(레몬애가(哀歌)/다카무라 고다로/강우식 번역)


 


 

* 당신의 하이얀 이가 생큼히 깨물어 토파즈 빛으로 튀는 향기는 과연 어떤 향기일까. 토파즈 빛 향기가 나는 레몬은 또 어디서 살 수 있을까. 내 주머니에 있는 동전 몇 개로는 어림 없겠지. 벚꽃 그늘이 있는 사진을 끌어안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눈에선 아마 시큼한 레몬빛 눈물이 흐르겠지.


 

족발과 대화

 아침 저녁으로 날이 선선하다. 이런 요즘 저녁에 산책을 나가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산책을 갔다.


 작은 공원.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달을 바라본다. 달이 제법 밝다. 바람도 달다. 그때 우연히 어떤 대화를 듣게 된다. 아빠가 딸 둘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그들이 대화를 나눈다.


 "아빠, 나 족구하고 싶어."


 "니가 족구의 족자는 아냐?"


 "그럼! 발 족(足)."


 "그걸 거꾸로 하면?"


 또 다른 아이가 대화에 끼어든다.


 "족발!"


 큭큭. 나는 속으로 웃었다. '발 족'을 거꾸로 하면 '족발'이라니. 그 말이 괜히 웃겼다. 그리고 바람은 무척 시원했다.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야구의 묘미

 야구는 숫자 3의 경기라고도 한다. 우선 양팀 9명이 9회에 걸쳐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그렇다. 9는 3의 배수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가 3개가 되면 아웃이 되고, 3아웃이 되면 공수가 교대된다. 이는 곧 한 경기에 타자들이 최소한 3번의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잘 맞추는 타자들의 타율은 3할대를 유지한다. 유일하게 3의 법칙을 벗어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볼넷이 되어 출루를 하는 경우이다. 3볼이 아닌 4볼일 때 출루하는 것이다. 하지만 3볼에서 하나를 더 양보해 4볼로 정했다고 가정한다면 애초에 4볼의 기준은 숫자 3인 3볼에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야구와 숫자 3의 연관관계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어쨌든 야구는 오묘하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정적인 느낌이 들어 사실 좀 지루했다. 경기시간도 너무 길어 한 경기를 끝까지 본 건 거의 최근의 일이다. 내가 열광한 건 축구였다. 축구는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다 좋아했다.


 야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틈나는대로 이 국민타자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1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나름대로 제역할이 있다는 것과 투수는 선발, 중간계투, 구원으로 이어지는데 이런 보직이 다 정해져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의 중압감이 좋았다. 타자는 한껏 방망이를 예리하게 세우고 투수의 이마에선 연신 땀이 흐르는 그 광경은 무척이나 드라마틱했다.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야구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하고 있다. 매경기 가슴 졸이기는 하지만 정말 야구다운 경기가 펼쳐지는 것 같다. 사실 야구를 보다보면 김빠지는 경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는 또 굉장히 지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결국엔 머리싸움이다. 그리고 멘탈적인 면도 무시 못한다. 경기력에 있어 멘탈적인 면이 이렇게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는 야구말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2008년 8월 19일 화요일

불쌍한 사람들

 세상에는 불쌍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세 종류의 불쌍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첫 번째, 배고픔을 모르는 사람들


  한 마디로 '굶기의 미학'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도 모자라 야식에 간식까지 빼놓지 않고 챙겨먹는 사람들은 당연히 배고픔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다. 최소 두 끼 정도는 굶어봐야 진정한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 눈 앞이 핑핑돌고 머릿속엔 온갖 먹을 것들이 둥둥 떠다니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해봐야 비로소 배고픔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그런 경지에 올랐을 때, 우유 한 모금 혹은 비스켓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라. 그땐 무엇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지상에서 가장 달콤한 음식이 자신의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때 혀에 와닿는 감칠맛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정말 불쌍하다.  



 두 번째, 목마름을 모르는 사람들


 아주 더운 날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빠져나올 정도로 격렬한 운동을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운동 후에 마시는 첫 모금의 이온음료의 맛이 얼마나 황홀한 지를. 입안은 쩍쩍 마르고 몸의 기운이 다 빠져버린 듯한 그 순간에 마시는 바로 그 한 캔의 천국. 그때의 그맛과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세포 하나 하나에 수분이 공급되는 듯한 짜릿함. 수분이 전해주는 카타르시스! 그걸 모른다면 정말 불쌍한 사람.



 세 번째, 씻는 기쁨을 모르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깔끔해서 매일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다. 하지만 그런 깔끔함 때문에 잊고 사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씻는 즐거움이다. 매일 매일 깨끗하게 씻는다면 씻는 즐거움은 별로 느낄 수 없다. 약간의 상쾌함만 남을 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너무 자주 씻기 때문에 씻는 즐거움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며칠 샤워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다가 씻어보면 알게 된다. 물이 얼마나 시원한지 그리고 샴푸냄새와 비누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를. 그걸 평생 모르고 산다면 정말 불쌍한 사람이다.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잃어버린 기억

 아까 낮에 허무한 유머 하나를 생각해 두었다. 그전에 생각해 둔 역시 허무한 유머 두 개와 묶어 허무 시리즈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억나지 않는다. 허무한 유머는 말 그대로 허무하게 내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저 허무한 유머를 생각해 두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를 테면 내 두뇌라는 나뭇가지에 매미 허물만 남고 매미는 어딘가로 사라진 것이다.


 어떤 기억을 잃는다는 것. 그것 참 아니 허무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의 아침

  그는 휴대폰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손을 더듬거려 알람소리가 들리는 휴대폰을 집어든다. 오전 9시30분.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다. 그는 알람을 끄고 좀 더 누워있기로 한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눈을 뜬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고 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나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세면대는 더러웠다. 개수구에 곰팡이도 좀 끼어있다. 그는 세수를 하면서 간단한 욕실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폼 클렌징을 손바닥에 짜낸 후 세수를 한다. 지난 밤 사이 얼굴에 묻은 기름기가 물에 씻겨나간다.


 세수를 마친 후 그는 욕실청소를 한다.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스펀지에 욕실세정제를 묻힌다. 그는 욕실세적제가 묻은 스펀지로 세면대를 문지른다. 때가 낀 세면대는 금세 말끔해 진다.


 청소를 마친 후 그는 손을 씻고 냉장고 문을 연다. 냉장고에서 우유과 시리얼을 꺼낸다. 커다란 접시에 시리얼을 쏟고 그 위에 우유를 붓는다. 그건 오늘 그의 아침이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우적우적 시리얼을 먹는다.


 그릇과 스푼은 대충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그는 컴퓨터를 켠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더블 클릭하자 메인화면으로 지정된 포털 사이트가 뜬다. 그는 그날의 메인뉴스를 훑어본다. 흥미있다고 생각되는 기사가 있으면 클릭해서 기사 전문을 읽어보기도 한다.




 

지금 밤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지금 밤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머뭇거리다간 이번 여름 밤의 하늘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할지도 모르잖아요. 물론 오늘 밤엔 별은 보이지 않아요. 달도 볼 수가 없죠. 하늘엔 구름이 가득 끼어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구름 너머의 하늘을 느낄 수 있잖아요. 지금 창밖은 바람이 불어 제법 시원하답니다. 쏴아-하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여간 시원한게 아니랍니다. 그리고 풀벌레 소리도 섞여있습니다.

 나는 지금 의자에 앉아 발을 창가에 걸쳐 놓고 밤하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오늘 밤엔 무슨 일이 꼭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2008년 8월 17일 일요일

'맘대로 할 수 있는 신체란 없다'고 생각한다

  모 통신사에서 마련한 대형 화면으로는 올림픽 중계가 한창이었다. 화면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연인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는데 특히 어떤 한 커플의 행동이 나를 상념에 젖게 했다.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껴안은 상태에서 둘은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저 다정해 보이기만하는 한 쌍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양 손은 여자의 특정한 신체부위를 만지고 있었다. 여자는 좀 어색하게 웃고 있는 듯했다. 물론 나는 시선을 황급히 돌려야 했다.


 '연인사이라면 아무 때나 아무런 조건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만져도 되는 걸까?' 나는 마음속으로 좀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사실 연애 초년생일수록 특히 남자일수록 성적인 욕망이나 갈증에 대해 절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욕망이나 갈증만을 채우기 위해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이란 이유로 상대의 신체를 마음껏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할수록 타인의 신체를 더욱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좀 오버다. 그리고 그 연인의 행동을 놓고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할 처지도 못된다. 그냥 아까 머릿속에 맴돌았던 생각을 끄집어냈을 뿐이다.


 하지만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연인이라는 게 신체 포기각서를 서로 주고받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2008년 8월 12일 화요일

햇살쪽으로...

 지금과 같은 시간에 음악을 들으면 감상에 빠지기 십상이다. 더욱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스타틱 피어의 음악을 듣는다면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타이핑 하면서 자꾸만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지금, 시간은 몇시쯤이나 됐을까.

 지금, 나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돌이켜 보면 아득히 먼 별에서 내가 온 것 같다. 손을 쭉 뻗어 그것을 잡으려고 하면 손끝에 자꾸만 검은 어둠이 묻어나는 것 같다. 앞쪽으로, 미래의 방향이 있는 앞쪽으로 팔을 뻗어 검은 어둠이 묻어있는 손을 말려야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에.




독백

 어쩌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원하는 것을 찾았지만 그것을 이룰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고 그것을 아예 기억의 저편으로 던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좋다. 어느 것이 맞든 틀리든 간에 지금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라는 외계인

 이 세상에서 내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이런 식의 인간관계는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들기 전 가족들과 말도 잘하고 재밌게 놀다가도 다음날 아침이면 가족들에게 왠지 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 전에는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 번 말을 시작하게 되면 그 전날 그랬던 것처럼 다시 예전의 가족관계로 돌아오곤 했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음악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음악은 언제든 내가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내 기분을 맞춰주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2008년 8월 10일 일요일

세밀한 글과 큰 스케일

세밀한 글들이 모여 결국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냇물이 모여 강을 만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