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통신사에서 마련한 대형 화면으로는 올림픽 중계가 한창이었다. 화면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연인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는데 특히 어떤 한 커플의 행동이 나를 상념에 젖게 했다.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껴안은 상태에서 둘은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저 다정해 보이기만하는 한 쌍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양 손은 여자의 특정한 신체부위를 만지고 있었다. 여자는 좀 어색하게 웃고 있는 듯했다. 물론 나는 시선을 황급히 돌려야 했다.
'연인사이라면 아무 때나 아무런 조건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만져도 되는 걸까?' 나는 마음속으로 좀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사실 연애 초년생일수록 특히 남자일수록 성적인 욕망이나 갈증에 대해 절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욕망이나 갈증만을 채우기 위해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이란 이유로 상대의 신체를 마음껏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할수록 타인의 신체를 더욱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좀 오버다. 그리고 그 연인의 행동을 놓고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할 처지도 못된다. 그냥 아까 머릿속에 맴돌았던 생각을 끄집어냈을 뿐이다.
하지만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연인이라는 게 신체 포기각서를 서로 주고받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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