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밤에 꿈을 꾸면 여자는 남자가 꾼 꿈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긴다. 꿈에서 남자가 교통사고를 내면 여자는 몽유상태로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남자의 꿈은 여자의 현실이 되는 것이다. <비몽>의 스토리 구조는 대략 이렇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가 정신병원에서 자살을 하면서 나비로 변한다. 나비는 어느새 언 강 위로 뛰어내려 자살한 남자의 이마 위로 날아와 앉는다. 이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장자의 <호접몽>이 떠오른다. 나는 과연 나비인가? 사람인가? 남자의 꿈은 남자의 꿈인가? 아니면 여자의 현실인가? 꿈과 현실의 경계. 그 모호함에 대해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항상 꿈만 꾸며 환상을 보며 사는 게 좋을까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타협하는 삶은 사는 게 좋을까. 꿈을 깨면 현실은 지옥이 되고, 꿈만 꾼다면 현실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마는 아이러니. 분명 쉬운 선택은 아니다.
*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이 이 영화는 전혀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다. 내 생각에는 그가 만든 15편의 영화중 손에 꼽을 만큼 비상업적인 작품인 것 같다. 그만큼 마이너적인 느낌이 강한 영화다. 굉장히 불편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니 영화에서 재미와 감동을 찾는 이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극소수의 매니아적 취향을 가진 이들에겐 당연히 권할 만하다.
이번 비몽은 그 분의 영화 중 그래도 가장 이해하기 쉽다던데요?^^
답글삭제@띠용 - 2008/12/26 19:19
답글삭제스토리가 단순한 편이어서 그럴 수 있겠네요.^^
@띠용 - 2008/12/26 19:19
답글삭제호접몽이라는 비교적 알려진 이야기 구조를 사용해서 "이해하기 쉽다"고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그럴 경우 미리 알고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뭔가는 잘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우리가 이해한 게 과연 이해한 것일까요? <비몽>을 찍은 줄도 몰랐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ㅡㅡ;;
@띠용 - 2008/12/26 19:19
답글삭제사실 전 제대로 이해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