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나무의 스트레스

 

 나무는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잠들고 싶어도 가로등 불빛이 너무 밝아 도무지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나무는 늘 귀를 닫고 싶고, 눈과 입을 막고 싶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매케한 매연은 귀를 혼란에 빠트리고 눈과 입을 따갑게 한다. 사람이라면 미쳐도 이미 단단히 미쳤을 것이다.

 

 새벽이 되어서도 나무는 잠들 수가 없다. 오늘도 누군가 나무의 발밑에 뜨끈미지근한 구토를 해놓고 사라졌다. "참 나 드러워서..." 나무는 하루 하루 그렇게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았다. 발로 차는 사람, 가지를 꺾는 사람 모두 다 참아냈다. 심지어는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 없이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 적도 있었다. 이사는 나무를 굉장히 지치고 목마르게 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 나무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나무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 하나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무는 견딜 수 없는 화를 느낀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활화산이 되어 한꺼번에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무는 뿌리부터 잎사귀 하나 하나까지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였다. 나무는 땅에 밖혀 있던 뿌리를 스스로 뽑아냈다. 터벅터벅. 나무는 이제 걷기 시작했다. 나무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흙과 잎사귀가 떨어졌다.

 

 나무는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가 맥주를 시켰다. 나무가 술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이윽고 나무가 시킨 피처가 나왔다. 나무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이봐요, 그쪽 나뭇잎이 자꾸만 제 쪽으로 떨어지잖아요."

 옆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여자가 나무에게 따졌다.

 "미안합니다. 머리를 안 감았더니 비듬이..."

  나무는 불쾌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무는 바텐더에게 술값으로 잎사귀 세 잎을 던져주고 술집을 나왔다.

 

 나무가 반대편 길로 가려는데 조금전 술집에서 계산을 했던 바텐더가 나무 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바텐더는 나무에게 말했다.

 "여기, 거스름 돈이요."

 나무의 손에는 어느새 파릇파릇한 나뭇잎 반장이 쥐어져 있었다. 술값은 나뭇잎 두 장 반이었던 것이다.

  '흠, 싸네. 내일 또 와야지.'

 나무는 그날 이후 술꾼이 되었다.

댓글 11개:

  1. 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이 생각나는군요.

    나무가 열 받으면 피할 곳이 없더군요. ㅡㅡ;;

    그나마 착한영님의 나무는 술로 푸신다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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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una - 2009/08/04 04:29
    아, 그런 책이 있었군요. 저 같은 사람은 제일 먼저 술을 떠올리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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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가끔? 아니 매일 술먹고 나무와 대화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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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 재밌다. 요즘 식물에게 잘 해줘야지.. 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요 이야기 신선한걸요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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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오~~ 술값이 저렴하군요. ㅎㅎㅎ 크리스마스때 전구르 칭칭 감고 있는 나무들 보면 좀 불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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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착한영 - 2009/08/04 11:44
    헤헤. 영화입니다. 나무들의 인간에 대한 복수? 라고 할까요..

    술로 발효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그나마 다행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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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희동네 은행나무에 은행이 잔뜩 열려있던데 조만간 은행 털 날이 오겠네요..

    더운 여름도 슬슬 끝나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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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찌할가 - 2009/08/04 12:54
    좋은 안주를 먹고 대화하면 나무도 좋아할 겁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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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흰돌고래 - 2009/08/04 1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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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벼라 - 2009/08/04 17:53
    말은 못해도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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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주이 - 2009/08/04 21:52
    예, 곧 오겠네요. 벌써 8월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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