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7일 일요일

눈오는 밤

 서울엔 눈이 오지 않느냐는 엄마의 안부 전화. 난 눈은 오지 않고 날씨만 많이 춥다고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통화가 끝나고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예삿눈이 아니었다. 저녁 먹고 난 후엔 충분히 쌓이겠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내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저녁을 먹고 나니 창밖으로 보이는 지붕들 위로 한케 눈이 쌓여있는 게 보였다. 더 기다릴 것도 없었다. 나는 작은 캠코더를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눈오는 풍경을 담을 생각이었다.

 

 

풍경1

 

 내가 밖으로 나오자 더 많은 눈이 쏟아져 내렸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었다. 패딩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은 눈이었다. 우선 나는 근처 공원으로 가서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내리는 눈을 카메라에 담았다. 벤치 위에 쌓인 눈, 그리고 벌써 누군가 만들어 놓고 간 미니 눈사람도 찍었다. 솔가지 위에 솜처럼 얹혀 있는 눈들도 카메라에 담았다.  

 

 

풍경2

 

 공원의 후미진 곳을 걷고 있을 때였다. 나무들 사이에 두 개의 그림자가 포개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와 여자의 실루엣이었다. 둘은 막 키스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머리 위로는 색종이 가루 같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걸었다.(아마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를 의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저 앞에서 어떤 여자 둘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리로 오면 안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실례지만. 이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예? 왜요?"

 

 "아까 보니까 바바리 코트 입은 남자가 있더라구요. 딱 보니 변태더라구요. 눈빛이 완전 썩은 동태눈깔이에요."

 

 "어머, 그래요?"

 

 "예. 그랬다니까요."

 

 이렇게 난 두 남녀에게 도움을 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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