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5일 수요일

아름다운 기사

WBC 에 나오는 미국팀은 월드컵에서의 잉글랜드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
그 종목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프로리그를 가지고 있으나 결코 우승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잉글랜드는 똑같다.

 

물론 국제경기에서 역사나 개개인의 선수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선수단 전체가 하나로 뭉쳐서 팀으로서 플레이할 수 있느냐인데, 현재 이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팀인 한국과, 두 차례의 WBC 우승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일본 뿐이다.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이번 대회 두 팀의 5번째 격돌로서, 마치 ‘피나는 연습을 통해 꿈에서도 연기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쇼’를 방불케 했다. 선수들은 불필요한 항의를 하지도 않았고, 판정결과에 승복했으며 상대선수를 향해 욕설을 담지도 않았다. 10 이닝 동안 오직 한 개의 에러가 나온 것을 제외하면, 결승전 경기는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미국야구가 개인화, 상업화되고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며, 때로는 약물복용과 파업으로 얼룩져있는 동안 한국과 일본은 야구가 아직도 아름다운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록 그것이 미국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야구라고 해도 말이다.

 

* CNN기사라고 하는데 뉴스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군요.^^

2009년 3월 16일 월요일

떡볶이 페스티벌

http://www.topokki.com/

 

 이런 페스티벌이 있군요. 미투에 갔는데 저의 '미친'들은 완전 열광하고 있군요. 락팬들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보다 더한 반응. ㅋㅋ

 

 

2009년 3월 14일 토요일

카인과 아벨

 드라마 '카인과 아벨'은 여러 가지 대립구도가 서로 얽혀 있다. 이선우(신현준) 대 이초인(소지섭), 뇌의학센터 대 응급의학센터, 이종민 원장(장용) 대 나혜숙 부원장(김해숙 : 지금은 일방적으로 부원장 쪽이 우세하지만), 그리고 김서연(채정안) 대 오영지(한지민 : 이 두 여인도 곧 연적관계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카인과 아벨'은 여러 가지의 대립구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8회까지 진행된 지금은 그 갈등구조가 정점을 유지한 답보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문득 한 가지 대립구도가 더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남과 북이다. '카인과 아벨'처럼 한 형제지만 엇갈린 운명을 갖는 것이 남북의 현 상황과 꼭 닮아있다. 그러고 보면 대립구도는 왠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건 어쩌면 남과 북이라는 거대한 대립구도 속에 살고 있는 특수성 때문은 아닐까.

 

 * 사실 며칠 전 동네에서 우연히 소지섭을 봤다. 한 3~4 미터를 두고 스쳐지나갔던 것 같다. 처음엔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칠 때쯤 소지섭이라는 걸 알았다.(키가 커서 그런지 걸음걸이가 엄청 빨랐다.) 그날 동네에 촬영이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이번주에 방송을 보니 오영지(한지민)가 익숙한 곳에 서있는 게 아닌가. 그때 난 무릎을 치며 아쉬워 했다. '아우, 한지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2009년 3월 10일 화요일

도서관에서 생긴 일-귀딜

 

 

 주인공 기욤의 맞은편 건물에는 아흔 살의 할머니가 산다. 할머니는 매일 밤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이윽고 할머니가 글쓰기를 멈추면 방에 불이 꺼진다. 우연의 일치일까. 할머니의 방에 불이 꺼지면 얼마 후 그 건물의 현관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온다. 건물을 빠져나온 소녀는 어디론가 급히 달려간다. 그런 상황이 매일 밤 계속된다.

 

 어느 날 기욤은 그 소녀를 쫓아가 보기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이름이 '이다'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녀는 문학에 대한 열망을 지닌 할머니의 화신인 것이다. 이다가 매일 밤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문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마법서'를 찾기 위해서다. 아흔 살 할머니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결국 기욤과 이다 그리고 기욤의 친구, 이다의 분신은 마법서를 찾기 위해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 주인공 기욤은 철저하게 독서를 싫어하는 소년이다. 모험을 통해 책에 점점 흥미를 갖게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초대장인 셈이다. 독서로의 초대장.
  • 아흔 살이 되어서도 책 속의 할머니처럼 이루고 싶은 열망을 품고 싶다. 또 동시에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못 이룬 열망으로 조바심을 내지 않도록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도.
  • 참고로 이 책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동화책 입니다.^^

 

 

2009년 3월 8일 일요일

네이버에 보낸 메일

네이버의 깊은 배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나 제가 쇠고랑 찰 것을 염려해 동영상을 직접 삭제해 주시는 친절함까지 베푸시다니 왜 한국 최고의 포털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동영상의 그 근저에 깔린 욕망은 영리추구와 홍보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네이버는 인간미가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이 기분 좋은 네이버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협조'하지 못한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네이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굿바이 네이버.

 

2009년 3월 4일 수요일

미술관 옆 동물원

 "저기요."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의 한 쪽을 빼면서 여자가 내게 물었다. 그 여자는 내 맞은편에서 걸어오다 마침내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자 말을 건 것이다.

 왜 그러는 걸까. 아주 잠시 후면 그 여자가 나를 부른 이유가 밝혀질 텐데 왠지 나는 조바심이 생겨 물었다.

 

 "네, 왜 그러시죠?"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오자 조바심은 더욱 커졌다.

 정말 왜 그러는 걸까. 길을 물으려는 걸까. 혹시 도를 아느냐고 묻는 건 아니겠지. 진득하니 일 초만 기다린다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텐데도 나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올 다음 말이 몹시 궁금했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혹시 XX미술관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도서관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혹시 어렴풋이 내가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머릿속에 있는 검색엔진을 총동원해서 기억을 샅샅히 뒤져봤다. 하지만 머릿속이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됐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긴 분명 미술관이라고 그랬다. 미술관 같은 곳에 내가 갈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기는 싫었다. 미술관도 모르는 야만인(?)이 되기는 싫었던 것이다.

 

 "아, 거기 알아요. 동물원 옆에 있는 곳 말씀하시는 거죠?"

 

 왜 하필 동물원이 불쑥 튀어나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번엔 여자 쪽이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어머, 그 옆에 동물원이 있나요?"

 

 "그럼요. 미술관 옆 동물원이죠."

 

 아마 한 줄기의 바람이 우리 둘 사이를 훑고 지나갔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면 말이다. 그리고 하늘을 찢을 것 같은 천둥소리가 들린 다음 우리 머리 위로 난데 없는 폭우가 쏟아졌을 것이다. 장마철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날씨는 너무 맑았고 계절은 이제 막 삼 월이 시작되고 있을 뿐이었다.

 

 "아, 네."

 

 "네."

 

 우리는 짧은 목인사를 나눈 후 각자의 길을 갔다. 나는 그녀를 스치면서 이 다음에 돈을 많이 벌면 꼭 동물원이 옆에 있는 미술관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며 나를 스쳐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혹시 미술관 옆에 정말로 작은 개집이라도 있어 나의 수준 높은 유머에 탄복하게 되지는 않을까. 나는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삼월이 시작된 거리를 힘차게 걸어갔다.

 

 

2009년 3월 1일 일요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이다. 물론 브래드 피트가 주연배우로 출연한 동명의 영화가 얼마전에 개봉을 하기도 했다. 아마 영화의 영향으로 소설 제목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원제목이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니까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으로 해석하는게 원문에 가장 근접한 해석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민음사 시리즈의 피츠 제럴드 단편집 안에는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보다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제목이 더 매력적이고 소설의 느낌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

 

 나는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골랐는데 네 가지 각기 다른 버전이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학동네, 민음사, 북스토리, 현대문화센타 이 네 개의 버전 중에서 나는 북스토리(이미정 번역)를 골랐다. 물론 출판사의 권위나 명성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으나 가장 트렌디한 문체로 읽기 편하게 옮겼다는 것이 선택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북 디자인도 가장 맘에 들었다.(당시에 쓴 원문 그대로의 느낌을 원한다면 문학동네나 민음사 버전을 고르면 좋을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한 마디로 벤자민 버튼이란 사람의 인생의 모래시계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칠십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 마침내 영살이 되어 죽는 한 남자의 이야기. 보통 나이를 먹어도 철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너는 나이를 거꾸로 먹냐?"(군대에선 "넌 짬밥을 꺼꾸로 먹냐?!")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 벤자민 버튼은 실제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인물이다. 때문에 별 희한한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그래서 초반엔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좀 있다. 그렇다고 후반에 슬픈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니다.(마지막 문장은 조금 뭉클하게 만들지만.)

 

 책을 덮으면서 이 소설은 단편보다는 장편으로 쓰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의 일대기를 쓰는데 하물며 기이한 한 인생을 기록하는데 단편으로 담기에는 짧은 감이 없지 않았다.

 

 아무튼 책을 읽고 나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보단 자연 순리대로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몸만 튼튼하게 받쳐준다면 오히려 지혜와 연륜이 쌓여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로 웰빙 생활을 해서 힘 펄펄 넘치는 노인이 되는 거다. ㅋ

 

*

 

 

개그맨 정종철 씨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 아들 시후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저런 자상한 아빠가 되는 건 많은 미혼 남자들의 로망인데.

 

 

 

그런데 블로그 메인 사진이 이거네. 코난 친구 포비인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