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3일 토요일

 혼자서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일은 어쩌면 무척 따분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일에 단련돼 있는 편이다. 스무 살 이후로 집을 떠나 줄곧 타지에서 살았으니 오늘처럼 혼자 버스를 타고 집을 향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오늘은 린킨파크의 라이브 앨범이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비록 고급 테이크 아웃 커피가 아닌 일반 캔커피였지만 달콤하게 입안을 적셔주기엔 충분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얘기가 아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달에 관한 얘기가 하고 싶다. 차창에 붙어서 내내 나를 따라다녔던, 혹은 내 눈이 계속해서 좇아다녔던 그 달에 대해.

 

 달은 오늘과 내일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든 빌지 않든 간에, 날이 날인 만큼 둥글게 떠있는 달을 향해 눈길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만 해도 달은 방송 스케줄로 인해 눈코 뜰새없이 바쁜 하루 였을 것이다.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 시간에 출연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꽤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오늘 달이 얼마나 바빴었는 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Lunatic'이라는 단어가 있다. Lunatic의 어원은 달을 뜻하는 'Luna'에서 파생되었다. 옛날 서양사람들은 달이 사람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달의 영기를 직접받은 사람은 미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Lunatic'이라는 단어는 달의 영향을 받아 '어리석기 짝이없는', '미치광이 같은'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옛날 영국의 법정에서는 Lunatic이라고 판명받은 사람은 그 어떤 죄를 지어도 형량이 감면되었다고 한다. 달에 의한 정신이상을 상당부분 인정했던 것이다. Lunatic에 관한 이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의 1권 끝부분에서도 잠시 언급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나를 따라다닌, 혹은 내가 좇아다닌 달은 굉장히 'lunatic'하게 느껴졌다.

 

 

댓글 2개:

  1. 아마 소원수첩이 있다면 어제가 최고의 피크였을꺼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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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띠용 - 2009/10/04 21:44
    아마 칸이 모자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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