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강주변에 텐트를 쳐놓고 야영을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텐트 안에 들어갔을 때는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잘 왔다. 낮에 차를 타고 오래 이동했고 오랜만에 몸을 많이 움직여서 피곤했던 모양이다. 옆에서 흐르는 강물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쉽게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새벽 두 시쯤 되었을까. 밖에서 우리가 잠든 텐트를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강물이 텐트 바로 앞까지 불어나 있었다. 사방이 강물로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할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당장 관계당국에 신고를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구조대가 도착할 것이리라.
"안 되겠어. 이대로 기다리다간 큰 일나겠어."
"그럼, 어떡하지?"
"각자 애들을 깨우고 헤엄쳐 가야겠어."
"뭍까지 헤엄치기엔 너무 먼데."
"아이스 박스든 뭐든 물에 뜨는 걸 찾아보자구."
우리는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서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열 두 살 내 아들도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텐트 안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그 안에 들어있던 것들을 모두 끄집어 냈다. 반쯤 얼음으로 채워진 아이스박스 안에는 맥주와 소주 콜라 등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불어난 강물은 어느새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물이 불어나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나는 서둘러 아이를 아이스박스 위에 태웠다. 아마 삼 십 미터쯤만 헤엄치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 손으로는 아이스박스를 밀고 또 한 손으로는 물살을 헤치며 뭍을 향해 나아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물살이 너무 셌다. 도대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는데 이 강물은 어떻게 불어난걸까. 하지만 나는 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가 몹시 무서워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야유회를 간다고 좋아했던 아이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이스박스 꽉 붙들어. 그리고 조금만 참아."
나는 아이를 안심시키면서 계속해서 헤엄쳐 나갔다. 한 십 미터만 더 가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지옥의 한 가운데서 허우적거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육체가 극한의 고통에 내맡겨진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거센 물살을 감당하기 버거운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차가운 강물은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동료들과 동료의 아이들이 내지르는 아비규환의 절규. 하지만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꽉 붙들어. 다 왔어."
나는 다시 한번 아이를 안심시켰다.
이제 거의 다왔다. 정말 거의 다 왔다. 내가 아이스박스를 힘껏 밀어내면 아이는 안전하게 뭍으로 밀려날 것이다. 그런 다음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헤엄쳐 가면 된다.
나는 아이스박스를 밀어 아이를 안전하게 뭍에 닿게 했다. 됐다. 아이는 이제 무사하다. 힘을 내 조금만 더 헤엄쳐 나가면 된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숨이 꽉 막히고 근육에 힘이 하나도 없다. 이미 반쯤 헤엄쳐왔을 때부터 힘을 다 소진한 모양이었다. 다만 그것을 잊고 있었을 뿐.
나는 지금 점점 뭍에서 멀어지고 있다. 물살이 너무 세다. 물살은 아이와 나를 자꾸만 멀어지게 한다. 아이가 애타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걱정 마,라고 아이에게 소리치고 싶지만 입 안에선 그 어떤 단어도 발음되어 나오지 않는다. 어서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내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ㅇ=
답글삭제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여서 안타까워요..
답글삭제안타까운 일이에요.. ㅜㅜ
답글삭제정말 안타깝습니다..
답글삭제@띠용 - 2009/09/08 19:59
답글삭제네, 참혹했을 거예요.;;
@주이 - 2009/09/08 21:17
답글삭제운도 굉장히 안 따라줬던 것도 같고...그러네요.
@흰돌고래 - 2009/09/08 23:53
답글삭제네, 정말.;;
@벼라 - 2009/09/09 11:43
답글삭제그러게요. 모처럼 놀러가서 뭔일 이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