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6일 일요일

머리카락

 하수구가 막혔다. 샤워를 하는데 욕실 바닥에 고인 물이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범인은 머리카락이었다. 매일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결국엔 하수구를 꽉 막아버린 것이다. 수챗구멍의 뚜껑을 열고 손가락을 집어 넣어보니 이끼가 젤리처럼 붙어 미끈미끈한 머리카락 뭉치가 만져졌다. 더러운 이끼가 묻은 머리카락 뭉치는 뭐랄까... 좀비의 물컹한 혓바닥을 만지는 것처럼 굉장히 기분 나쁜 감촉이었다. 나는 이내 속이 메스꺼워 졌다.

 

 머리카락이 너무 하수구 깊숙히 박혀 있기에 손가락으로 빼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방안을 뒤져 마땅한 도구를 찾아보았다. 볼펜, 가위, 병따개 이런 쓸데 없는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클립을 발견했다. 클립이 처음엔 불편했지만 요령을 터득하고 나니 그런대로 쓸만했다.

 꽤 많은 양의 머리카락을 하수구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빨려들어 갔나 싶을 정도였다. 하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만들어낸 결과치고는 새삼 대단해 보였다.

 

 하수구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물은 막힘 없이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하지만 작업을 다 끝내 놓고 나니 손가락엔 훈장처럼 상처 하나가 남게 되었다.

 

 

댓글 11개:

  1. 저는 매주 하는 일인데....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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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찌 - 2009/08/16 01:11
    자주 막히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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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착한영 - 2009/08/16 01:24
    막힌다기 보다는 목욕탕 청소는 몇일에 한번씩 하라는 지시를 받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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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샤워하면서 화장실 슬리퍼 앞꿈치로 수채구멍을 슥슥 문질러서 머리카락 덩어리를 떼냅니다.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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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두아쓰 - 2009/08/16 02:41
    저도 그렇게 하긴 하는데 일 년 넘으니까 좀 막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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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헙 그럼 우리집 목욕탕에 물이 안빠지는게 혹시 내 머리카락 때문일까요?

    아 어떻게 치워야 하지...글을 읽으니까 저렇게 처리하는건 엄두가 안날듯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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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벼라 - 2009/08/17 17:16
    목욕탕 물이 안 빠진다면 아무래도 그럴 듯. 뾰쪽한 걸로 잘 끄집어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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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수구 막히는거 정말 싫어요! 꽥! ㅜ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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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흰돌고래 - 2009/08/19 18:11
    네, 정말 답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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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우웩, 정말 머리카락 꺼내는 기분 더럽습디다ㅋㅋ 가끔 지하철에서 파는 초록색 길쭉한 거 사서 써보고 싶기는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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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팝나무 - 2009/09/28 19:41
    밥먹다 머리카락 나와도 그렇죠. 머릿기름, 땀, 먼지, 비듬 등등 생각하면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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