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우리들은 대부분 총명하고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의 총명함은 점차 흐릿해졌고 상상력은 금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매년 우리리에게 이상한 약을 주입했다. 그 약을 주입하는 데는 한 명의 열외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두 눈을 꼭 감고 머릿속으로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을 생각하며 주사를 맞곤 했다. 개중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 아프게 놔주세요"라고 불쌍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가에 맺히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한 해, 한 해 몸속으로 약이 주입될수록 우리의 정신은 점차 몽롱해지고 무감각해져 갔다. 그 약의 덕분이었을까. 마침내 우리는 사회에 순종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는 대대로 내려오는 문화유산을 갖고 있었다. 문화는 아름다운 것이며 진리라고 사회는 강조했다. 물론 아주 소수의 사람 중에는 그것이 세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아이였을 때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정신은 몽롱하고 상상할 수 있는 머리는 굳어버렸다. 세상을 섬세하게 느끼던 감각은 이미 죽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새벽별이 뜬 아침 졸린 얼굴로 출근했다가 어둠침침한 늦은 저녁 시든 배추처럼 퇴근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밥벌레 같은 삶에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무의미한 삶, 쫓기는 삶 그것이 우리의 것인데도 우리는 동상에 걸린 듯 무감각하다.
나는 무섭다. 끝이 뾰쪽한 주사 바늘이 다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어릴 적 죽을 힘을 다해 주사 바늘에 저항하던 적이 있었다. 필사적으로 뿌리치던 나를 엄마, 아빠, 의사, 간호사할 것 없이 붙잡으려 하던 모습이 필사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렸을땐 머릿속에 하나도 든게 없는 하얀 백지장 상태라서 무엇이든 새롭고 신기하고 기분 좋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되는 모든것들로 머릿속이 가득차면서 무감각해지네요=_=
답글삭제맞아도 아픔을 못느끼니...아무래도 사회의 찌든때가
답글삭제온몸을...ㅠㅠ
@띠용 - 2009/06/01 23:58
답글삭제어렸을 때가 재밌는 일도 많았던 것 같아요. 수시로 기분이 좋을 때도 아주 많았던 것 같구요.^^
@어찌할가 - 2009/06/02 01:14
답글삭제어렸을 때 가졌던 어떤 감각을 잃은 것 같기도 하구요.
영화 아일랜드의 복제인간들이 생각나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는.. 남자 주인공 만은 예외였지만요.
답글삭제다시 아이처럼 될 수 있을까요? ㅎ_ㅎ
@흰돌고래 - 2009/08/05 18:33
답글삭제될 수 있을 걸요. 그런 사람들이 소수 있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