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바쁘다
길을 걷는다. 저기요. 낯선 음성이 나를 부른다. 누굴까. 궁금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하지 않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도를 아십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지 궁금하긴 하다.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 시선이 멈춘 곳에선 낯선 얼굴이 낯선 눈빛을 하고 서있다. 그녀는 어정쩡한 웃음을 흘리며 서있다. 그리고 말한다. 영혼이 참 맑아 보이시네요. 나더러 영혼이 맑단다. 내 영혼이 무슨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도 아닌데 맑단다. 그녀는 단 한마디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오, 사람 볼 줄 아시네요. 뒤지지 않고 나도 맞받아친다. 그녀는 내가 그 말에 흥미를 보이는 줄 알고 조금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바로 역습에 들어간다. 영혼이 맑은 걸 볼 줄 아시는 분이 제가 지금 엄청 바쁜 건 모르시는 모양이네요. 아마 뜨끔했을 것이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굳어진 듯하다. 그럼, 이만. 나는 가던 길을 마저 걷는다. 미안하다. 내 영혼은 맑지만 바쁘다.
전 그냥 무시하고 가는데..ㅎㅎ
답글삭제trackback from: 정성을 드려야 합니다.
답글삭제wave님의 영혼은 바쁘다. 2006년 말. 친구와 약속이 있어 지하철 역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30대 여자 두 분이 저를 불러 세우고는 집안에 안좋은 기운이 있다면서 조상께 정성을 드려야 한답니다. 자기들은 돈 벌려고 이런 거 하는 사람 아니다. 당신은 돈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조상께 정성을 드려라. 앞날이 활짝 필 것이다. 잠깐 같이가서 기도만 하고 가라. 초 값만 내라. 뿌리치고 갔어야 하는데 그 땐 왜 그랬는지. 10분동안 처음보는 사람에..
그녀의 미모가 좀 아니었던 듯...
답글삭제@띠용 - 2008/09/26 00:29
답글삭제저도 보통은 걍 무시하고 갑니다. ㅋ
@기쁨 - 2008/09/26 02:19
답글삭제글쎄요. 미모는 별 상관 없는듯...^^